황금빛 들녘은 회색빛으로 변하고 어느덧 올해 농사도 끝자락에 다다랐다. 예전처럼 들판에 무리지어 낫질하던 풍경은 아련한 기억으로 있을 뿐, 듬직한 기계 1대가 동네 들을 하루 만에 송두리째 소리 없이 해치우는 것이 요즘 추수다.
그리고 이쯤 되면 올 벼농사가 어떠함에 대해서 뉴스의 한복판을 차지하곤 했으나 관심 밖에 밀린지 오래다.
최근 수년간 쌀 재고 관리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느라 골치를 앓아온 정부당국으로서는 그러할 만도 하다.
어쩌다 쌀이 이처럼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필자가 공무원으로 첫 발을 디딘 1978년 그 역사적인 해를 거슬러 본다.
당시 보릿고개에 굶주린 백성의 배를 채워주는 것은 국가의 가장 우선하는 정책이었으며, 그 해 비로소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생산한 쌀을 전 국민이 배불리 먹게 해 줄 수 있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식량자급의 절박함은 맬서스(T.R.Malthus)의 인구론과 더불어 미.소(美國.蘇聯) 냉전시대를 반영한 것으로 식량은 안보였고 곧 무기였으며, 식량의 자급 없이는 살아나지 못한다는 국가 존립의 문제이기도 하였다.
그 무렵 회자됐던 맬서스의 인구론(人口論)은 이러하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와 식량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서 기근. 빈곤. 악덕이 발생한다.」 1800년 영국의 산업혁명 무렵 미래식량의 부족을 예언하는 바이블 같은 이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유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건 고전이라 차제하더라도 식량의 무기화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최근 농협경제리서치센터가 발간한 「미국 트럼프 보호주의의 시대 식량자급의 중요」 라는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수급사정에 따른 금수조치나 경제적 정치적 국제분쟁 시 농축산물의 전략물자 활용가능성 높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현재 식량수급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수출국의 곡물생산이 안정적인 것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40년이 지난 지금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쌀이 먼 훗날 어떤 존재로 남아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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