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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쌀의 회상(回想)
거제시농업기술센터소장 윤명원
 
환경이슈신문 기사입력  2017/11/05 [19:25]

 황금빛 들녘은 회색빛으로 변하고 어느덧 올해 농사도 끝자락에 다다랐다. 예전처럼 들판에 무리지어 낫질하던 풍경은 아련한 기억으로 있을 뿐, 듬직한 기계 1대가 동네 들을 하루 만에 송두리째 소리 없이 해치우는 것이 요즘 추수다.

 

▲ 농업기술센터소장   

그리고 이쯤 되면 올 벼농사가 어떠함에 대해서 뉴스의 한복판을 차지하곤 했으나 관심 밖에 밀린지 오래다.
“봄철가뭄과 쌀 생산억제를 위한 타 작물 전환으로 37년 만에 쌀 생산량이 400만 톤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뉴스진행자의 마지막 멘트가 묘한 뉘앙스를 남긴다. “이를 두고 울어야 할일인지 웃어야
할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농사가 잘못됨을 두고 웃을 일이 또 있다니!

 

최근 수년간 쌀 재고 관리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느라 골치를 앓아온 정부당국으로서는 그러할 만도 하다.
계속 떨어지는 쌀 소비량 그리고 의무수입물량(MMA) 때문에 쌀은 넘쳐나고 이러다 보니 커피한 한잔 값만도 못하게 된 쌀 한 되(1.8kg)값이 되었다.

 

어쩌다 쌀이 이처럼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필자가 공무원으로 첫 발을 디딘 1978년 그 역사적인 해를 거슬러 본다.
「녹색혁명 완수(綠色革命 完遂)」 주곡인 쌀의 자급자족의 쾌거를 이룬 것을 두고 대통령이 직접 혁명(革命)이라 표기했다.

 

당시 보릿고개에 굶주린 백성의 배를 채워주는 것은 국가의 가장 우선하는 정책이었으며, 그 해 비로소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생산한 쌀을 전 국민이 배불리 먹게 해 줄 수 있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식량자급의 절박함은 맬서스(T.R.Malthus)의 인구론과 더불어 미.소(美國.蘇聯) 냉전시대를 반영한 것으로 식량은 안보였고 곧 무기였으며, 식량의 자급 없이는 살아나지 못한다는 국가 존립의 문제이기도 하였다.

 

그 무렵 회자됐던 맬서스의 인구론(人口論)은 이러하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와 식량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서 기근. 빈곤. 악덕이 발생한다.」 1800년 영국의 산업혁명 무렵 미래식량의 부족을 예언하는 바이블 같은 이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유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건 고전이라 차제하더라도 식량의 무기화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최근 농협경제리서치센터가 발간한 「미국 트럼프 보호주의의 시대 식량자급의 중요」 라는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수급사정에 따른 금수조치나 경제적 정치적 국제분쟁 시 농축산물의 전략물자 활용가능성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곡물자급율과 미국의존도가 높은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26%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서는 식량의 자급률 향상을 국가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생산기반 강화를 위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농촌 풍경을 그려보자
쌀 정부수매가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5년 조곡40kg한 가마 47,000원, 작년도 44,000원으로 곤두박질치더니 올해 다소 회복하여 50,000원을 예상하고 있으나 이는 20년 전 시세와 변함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러다 보니 농촌에서는 농업수입은 감소하고 노령화와 더불어 벼 농사를 포기하는 농지가 속출, 마을 곳곳에 옥토가 잡초만 무성한 농지를 허다히 볼 수 있다.


우리 시만 보더라도 벼 재배면적 역시 20년 전 2,600ha에서 올해 1,400ha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줄어든 면적만큼이나  쌀 소비량 감소 추세도 만만치 않다. 20년 전 국민1인당 쌀 소비량 120kg이던 것이 전년도 62kg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그 자리는 밀가루, 육류, 과일 등이 메꾸어가고 있다.


국민의 주 식생활 패턴이 쌀에서 다양화 되었다고 단순히 이해하기에는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왜냐면 쌀을 제외한 빵. 면류의 원료인 밀가루, 육류를 생산하는 동물사료의 90%이상, 과일의 50%가 외국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우리 것을 남겨두고 외국에서 사온 것으로 국민의 배를 채워야 할까?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현재 식량수급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수출국의 곡물생산이 안정적인 것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만약 수출국의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우리가 원하는 곡물을 무작정 사올 수 없을 때가 닥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40년이 지난 지금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쌀이 먼 훗날 어떤 존재로 남아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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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05 [19:25]  최종편집: ⓒ hki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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