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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 밀정 2부작 895명 추적…"김좌진의 비서는 밀정이었다"

시사기획 창 임정 수립 100주년 특집

환경이슈신문 | 기사입력 2019/08/12 [11:26]

시사기획 창 - 밀정 2부작 895명 추적…"김좌진의 비서는 밀정이었다"

시사기획 창 임정 수립 100주년 특집

환경이슈신문 | 입력 : 2019/08/12 [11:26]

■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밀정'을 추적하다

2019년 3.1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KBS는 지난해부터 약칭 '100주년단'을 만들어 사내 구성원들을 상대로 각종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KBS 탐사보도부가 제출한 <밀정 2부작>도 이 과정에서 중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채택됐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밀정'은 우리 독립운동 진영의 치명적 정보를 일제에 은밀히 빼돌린 사람을 말한다. 그동안 학계와 언론계 통틀어 밀정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가 사실상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자료가 많이 부족한데다가,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상찬하는 데도 예산과 인력이 부족할 판인데 '우리 안의 어두운 이야기'를 파헤친다는 게 쉽지 않았던 조건이었다.

■ 8개월의 추적…5만 장의 자료 분석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8개월 동안 한국인 밀정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 외무성·방위성·헌정자료실에 각각 보관된 자료, 중국 공문서 등 각종 기밀문서 5만 장을 입수해 분석했다.

일제강점기 일본 각 기관이 작성한 '정보 보고서'는 대부분 밀정의 보고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대한 기밀문서 속에서 밀정의 흔적을 찾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일본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과거보다 나아진 점 등이 좋은 조건으로 작용했다.

■ 895명의 이름…그리고 독립유공자가 된 '밀정'

KBS 탐사보도부는 입수한 5만 장의 기밀자료를 토대로 밀정 혐의가 짙은 한국인 895명을 특정했다. 이들의 실명은 <1부 - 배신의 기록>에서 전부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중국 당국이 작성한 내부 문서에 등장하는 밀정의 얼굴도 처음 공개한다. 1920년대 만주 지역에서 독립운동가들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한 밀정들이다.

취재진이 주목한 밀정 혐의자들 가운데에는 현재 독립유공자로 등록된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우선 1부에서 깊이 있게 다루는 인물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명이다.

■ 김좌진의 비서·안중근의 동지…"그들은 밀정이었다"

첫 번째 인물은 <진중일지>의 저자 이정이다. 이정은 김좌진 장군과 함께 1920년 청산리전투를 수행한 독립군 대원으로서 김좌진의 막빈(=비서) 역할을 맡은 최측근이었다. 그가 남긴 <진중일지>는 청산리전투를 앞두고 북로군정서 내부 동향을 날마다 기록한 전장의 일기로 현재 <독립운동사 자료집>에 수록돼 있는 귀중한 사료다. 이정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그러나 KBS 탐사보도부는 일본 외무성 기밀문서에서 이정의 또렷한 이상 행적을 발견했다. 청산리전투가 끝나고 4년 뒤인 1924년 그가 일제 측에 밀고한 내용을 보면 △독립군 간부들의 용모와 특징 △김좌진과 김원봉의 향후 합동 의거 계획 △군자금 모금 상황 등에 대해 매우 세세하게 일제 측에 밀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취재진이 발굴한 자료에 대해 "경악할 만한 자료이자 독립군에게 치명적인 자료"라고 평가하면서 "지금에 와서 학문적으로 보면 역설적으로 당시 우리 독립군 상황을 세밀히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논평했다.

두 번째 인물은 안중근 의사의 거사 동지 우덕순이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 우덕순은 만일에 대비해 채가구 역에서 이토를 기다렸다. 만약 이토가 채가구 역에서 내렸다면 거사의 영웅은 바뀌었을 수도 있다. 거사의 동지 우덕순은 안중근 의사와 함께 붙잡혀 징역 3년형을 선고받는다. 우덕순은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그러나 우덕순은 복역 뒤인 1920년대 들어 이상행적을 보인다. 친일단체인 '조선인민회' 하얼빈지부 지부장을 맡아 자신의 과거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일제가 만주 각 지역에 설립한 조선인민회는 명확한 친일단체로서 조선인들의 동향과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이 주 업무다. 취재진은 일본 기밀문서와 예산내역서, 그리고 이른바 '밀정 영수증' 등을 통해 우덕순이 1930년대에도 계속해서 밀정들을 관리하고 통솔하는 위치에 있었음을 고발한다.

■ 밀정과 영웅이 뒤섞인 시대…"조사 중"만 되풀이하는 보훈처

KBS 탐사보도부가 포착한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란히 놓인 이정과 이홍래의 위패다.

이홍래 선생은 독립군 군자금 모집책으로서 돈을 모으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백방으로 뛰어다닌 인물이다(건국훈장 독립장). 이정의 밀고 내용을 보면 이홍래의 모금 활동에 대해서 상세히 일제에 일러바치고 있다. 밀정과 피해자가 '독립군 동료'라는 이름으로 현충원에 나란히 안치돼 있는 씁쓸한 풍경인 것이다.

KBS 탐사보도부는 독립유공자의 이상 행적과 서훈 심사 과정, 공적 자료의 문제점 등에 대해 꾸준히 국가보훈처에 질의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다.

취재진은 8월 20일(화)에 방송되는 <2부 - 임시정부를 파괴하라>에서도 밀정을 고발한다. 특히 대중들에게 영화로 잘 알려진 약산 김원봉 선생, 그리고 '일제가 가장 무서워했다'던 봉오동전투의 영웅 홍범도 선생과 관련해 그들 주변에 어떤 밀정이 암약했는지, 이들이 어떻게 독립유공자로 둔갑했는지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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