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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장남교 공사장 붕괴 ‘아찔’

신영수기자 | 기사입력 2012/09/24 [17:10]

파주 장남교 공사장 붕괴 ‘아찔’

신영수기자 | 입력 : 2012/09/24 [17:10]
14명의 사상자를 낸 임진강 장남교 상판 붕괴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고 발생 이틀째인 23일 현장검증이 진행됐지만 그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당일인 22일 밤부터 시공사와 감리사 등 공사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아직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과 현장검증에 참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여러 갈래를 짚어보고 있다. 지금까지 부실 공사와 구조 안정성 크게 두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이날 현장검증에서는 사고 구간의 상판 지지 구조물인 '거더(girder)'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등 부실 공사 조사가 중점적으로 진행됐다.
 


건설업계는 사고 구간만 다른 공법으로 콘크리트 상판을 설치해 구조적으로 안정성에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찰은 늦어도 일주일 뒤면 원인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장검증의 구체적인 결과는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과학적 실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한달 뒤에나 나올 전망이다.
 


상판 지지대 '거더'에 쏠린 눈길 = 무너진 상판의 콘크리트 작업은 22일 오전 7시30분 시작됐다.

콘크리트를 쏟아부은 지 80여분 만에 거더 세 가닥 중 두 가닥이 한쪽으로 기울며 통째로 주저앉았다. 상판 위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근로자 14명이 15m 아래로 추락했다.

채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가 반죽 상태로 쏟아지며 일부 근로자를 덮쳐 피해가 컸다. 2명이 숨지고 12명이 중상을 입었다.

교각과 연결된 거더 쪽이 내려앉았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공사 순서와 사용할 자재가 적힌 시방서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거더 자체가 부실하게 만들어졌을 가능성과 함께 거더를 받치는 교각 부분이 거더와 상판 무게를 이겨낼 정도로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된 '태풍 영향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고 구간 거더는 지난 6월초 설치됐다. 이후 강풍을 동반한 중·대형급 태풍 3개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거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토목 전문가는 태풍 영향으로 미세하게나마 거더가 상판 무게를 지지하지 못할 정도로 움직였거나 변형됐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거더가 완전히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풍을 동반한 태풍의 영향을 받아 위치 이동이나 변형이 생겼을 수 있다"며 "불균형이 왔고 콘크리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콘크리트 양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쏟아부어 거더가 무게를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토해양부는 건설·토목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반을 꾸려 사고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무너진 '상판 55m'…군사적 이유 '다른 공법' = 장남교는 파주 적성면과 연천 장남면을 잇는 593m짜리 임진강 교량이다. 경기도 도로사업소가 발주했다.

하천에 80m 간격으로 세워진 7개 교각에 거더를 세 가닥으로 가설하고 그 위에 콘크리트 상판을 얹는 방식이다.

연천지역부터 7번째 교각까지 538m는 미리 만든 콘크리트 상판을 조금씩 밀어넣는 'ILM공법'으로 이미 설치된 상태였다.

7번째 교각부터 파주지역까지 55m가 이번에 붕괴됐다. 이 구간은 거더 위에 직접 콘크리트를 부어 상판을 만드는 다른 공법으로 설계됐다.

군사적인 목적에서다.
 


장남교의 경우 접경지역에 설치돼 전쟁 등 유사시 교량 일부를 쉽게 폭파할 수 있도록 군(軍)과 협의해 이 구간만 현장 타설 공법을 사용했다.

건설업계는 이 공법이 적절했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각 사이 거리가 55m로 긴 편이라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남교는 접경지역 교량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물론 다양한 기술로 안전성을 보완했겠지만 40m 이상 교량은 처지는 현상 때문에 현장 타설 공법은 자제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로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군부대 요청이 있었고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55m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55m 이상에도 현장 타설 공법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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